계절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출근시간이었다.
회사에 도착해 통근버스에 내릴때 즈음에 해가 뜨면 겨울이고, 통근버스를 타고 가는 길목에 해가 뜨면 봄이었으며, 집을 나서는 순간에 어슴프레하게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으면 여름이었다.
그것이 내가 느끼는 계절의 전부였다.
나의 옷차림은 출근전 체크하는 날씨 앱에 의해 결정되었을 뿐이지 내 뺨을 간지르고 혹은 매섭게 때리며 지나가는 바람에 의해 혹은 햇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일하는 곳은 지하에 사원들을 위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언제 계절이 지나가고 오고 있는지 느낄 시간도 없이 계절은 내 옆을 비켜 지나가고 있었다.
수십번의 계절이 바뀐후에야 깨달았다.
내가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모르고.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그 즈음부터 인가.
가끔 출근길 회사 엘리베이터에 올라서는 순간 내 심장을 누군가 죄어 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내 머릿속에서 돌아다녔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때도 있었다.
이렇게 계절을 그냥 보내면 안될 것 같았다.
마흔이 넘고 쉰이 넘어서도 사무실의 컴퓨터 앞에 앉아 하루하루를 보내면 안될 것 같았다.
나이 마흔을 목전에 두고 깨달은 것.
지금처럼 인생을 소비할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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