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일기

첼로 일기1 - 첼로를 시작했던 이유

참새의하루 2018. 11. 14. 12:02

내가 첼로를 시작한 것은 아마 사회생활 3년차 쯤 이었던 것 같다.

대학 휴학을 하고 잠시 놀던(?) 시절 part time으로 컴퓨터 학원에서 강사를 하고 있던 어느 가을날, 출근하면서 듣던 라디오에서 비틀즈 "Yesterday"를 첼로 이중주로 연주한 곡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첼로 소리가 이렇게 좋구나..언젠가 한번 배워봐야 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학생 시절의 나에게 첼로는 쉽게 배울 수 있는 악기가 아니었다. 레슨비용도 비쌌고 무엇보다 악기 구매 비용이 부담이 되었다.

부모님에게 받는 용돈과 아르바이트 비용으로는 언감생심이었다. (게다가 우리 부모님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달에는 용돈을 일체 안 주셨다. ㅎ 놀고 먹는 자식한테는 돈을 대주는 이상한.....)


그렇게 잊고 지내다 취업 후 집 근처에 첼로레슨을 해 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무지하게 싸게.

베x스x라는 비영리 음악 단체인데 그곳에서 그룹레슨으로 월 3~4만원쯤에 레슨을 해주고 있었다 (그 시절이 벌써 15년전이다).

그때만 해도 첼로는 대중화된 악기가 아니어서 요즘처럼 백화점 문화센터에 강좌가 개설되는 그런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지금에 와서 뒤돌아 보면 그곳에서 첼로를 처음 시작했던 것은 나의 크나큰 실수였다.

현악기는 제대로 된 선생님 밑에서 1:1레슨을 받아야 기초가 탄탄하게 잡힌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시작된 나의 첼로생활은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다.

중간에 바빠서, 힘들어서, 늘지 않는 나의 실력에 짜증이 나서 라는 여러가지 이유로 몇개월 이상씩 쉬는 공백기도 있었지만 여전히 첼로는 내 삶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취미 생활이고, 삶의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