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일기

앙트르샤, 샹주망

참새의하루 2019. 5. 30. 11:47

3월에 썼던 글인데,,, 임시 저장만 되어 있다가 이제 다시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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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동안 발레를 쉬다가 이번달 부터 다시 레슨을 나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없는 근육과 유연성이 2개월 쉬는 동안 감쪽같이 없어져 버렸고, 안무기억력도 덩달아 같이 실종되었다.

이번달에는 앙트르샤와 샹쥬망을 배우고 있는데 이게 절대로 내맘같이 되지를 않는다.

앙트르샤는 공중에서 앞뒤 다리를 교차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동작인데 이때 공중에서 안쪽 허벅지를 교차한다는 생각으로 빨리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내 다리는 어찌나 무거운것인지 교차는 커녕 공중에서 허우적 거리다 내려온다.

선생님은 가볍게 다리를 교차후 우아하게 착지하는데, 직접 해보면 이 동작이 결코 가벼운 동작이 아니며 근력 없이는 우아해 질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샹주망은 공중에서 발의 포지션을 바꾸는 동작인데 5번 포지션에서 오른발을 앞에 두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면 착지할때는 왼발이 앞에 오도록 하는 것이다.

그나마 샹주망은 가볍게 되는데 레슨시간에 이것도 수십번을 뛰다보면 어느새 몸이 천근만근이 되고 만다.


발레를 시작한지 1년이 넘었는데, 처음 시작할때 부터 내가 결코 우아하게 발레 동작을 해 낼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저 요가는 나에게 너무 쉬웠고, 필라테스는 근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기는 하였으나 너무 지루하였으며 수영은 이미 어렸을때 다 배워서 더이상 배울것이 없었다. 헬스도 1년 회원권을 끊어 보고 PT도 받아 보았으나 같은 운동을 매일 똑같이 하는 것은 너무 지루하여 결국 몇달 안가 발길을 끊어 버렸기 때문에 그 다음으로 선택한 것이 발레였다.

날씬한 편이었으나 좀더 근력있는 몸을 원했고, 유연성도 유지하고 싶었으며 지루하지 않은 운동을 원했던 나에게 발레는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고도 남았다.

하지만 발레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나는 내가 절대로 날씬하지 않고 근력은 얼마나 형편이 없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발레선생님의 군살 하나 없이 탄탄한 몸에 비해 내 몸의 여기저기에는 툭 튀어나온 살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발레진도가 나갈 수록 가볍게 뛰어오르는 선생님과 다르게 내 몸은 너무나도 무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발레가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루하기는 커녕 매번 안되는 동작들에 좌절하고, 다시 의지를 불태우는 과정들을 반복하고 있다.

이 과정들을 지나면 언젠가는 나도 우아하게 앙트르샤를 하고 있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는 내 다리를 보면서 좌절하고 다시 의지를 불태울 것이다.